AI 주도권 전쟁 격화… 오픈AI vs 구글, '엔비디아 세금'이 판도 가른다

| 김민준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진화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기술적 우위를 넘어 운영비용과 생태계 전략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오픈AI의 GPT-4.1과 오3, 오4-미니 모델 출시, 구글의 제미니 2.5 플래시 및 프로 모델 확장은 AI 플랫폼 선택의 중요성을 재조명하게 만들었다. 특히 구글이 자체 개발한 텐서처리유닛(TPU) 기반의 AI 인프라를 바탕으로 오픈AI 대비 최대 80%에 달하는 비용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GPU 기반의 오픈AI와 TPU 중심의 구글 간의 차이는 단순한 모델 성능 비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구글은 철저히 내부 설계한 TPU를 활용해 제미니 모델을 실행하고 있으며, 고가의 GPU에 의존하는 오픈AI와 달리 하드웨어 수준에서부터 비용 절감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공개된 ‘아이언우드’ TPU는 일부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성능을 발휘하며, 구글 AI 모델의 학습 및 추론 엔진으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의 인프라를 통해 엔비디아 H100 및 A100 GPU를 대량 활용하고 있지만, 이 고성능 GPU는 대당 최대 3만 5,000달러(약 5,000만 원)에 이르며, 분석가들은 엔비디아가 해당 제품에서 80%의 마진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곧 오픈AI가 이른바 ‘엔비디아 세금(Nvidia Tax)’을 고스란히 부담하는 셈이며, 2025년 기준 전체 운영비의 80% 이상이 연산비용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구조적 열세는 API 가격에 반영되어, 오픈AI의 오3는 구글 제미니 2.5 프로 대비 입력 단어당 8배, 출력 단어당 4배 높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개발자 및 기술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비용 격차가 단순한 요금 문제를 넘어 장기적인 총소유비용(TCO)에 직결된다. 구글은 이 점을 적극 활용해 기업 고객들에게 더 나은 ‘비용 대비 인공지능’을 제공하며, 지속가능한 인프라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반면 오픈AI는 자체 칩 개발 계획을 가속화하고 있으나, 아직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AI 에이전트 전략에서도 두 기업은 상반된 접근을 취하고 있다. 구글은 ‘A2A 프로토콜’과 ‘에이전트 개발 키트’를 중심으로 상호운용 가능한 오픈 생태계를 지향한다. 반대로 오픈AI는 반응형 API, Codex CLI, Agents SDK를 활용해 자사 기술 내부에서 최적화된 통합형 도구 중심 에이전트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은 다양한 벤더의 AI 에이전트를 연결할 수 있는 시장을 구축하려는 반면, 오픈AI는 단일 플랫폼 내에서의 성능 극대화에 집중한다.

모델 역량 면에서도 두 회사는 각각 뚜렷한 강점을 보인다. 제미니 2.5 프로는 최대 100만 개 토큰의 문맥을 처리할 수 있어 방대한 데이터 분석에 유리하다. 반면 오3 모델은 다중 도구를 사용하는 심층 추론을 통해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에서 경쟁 우위를 보인다. 다만 오픈AI가 공개한 모델카드에 따르면, 오3는 고급 reasoning을 사용하는 만큼 환각(hallucination) 비율이 이전 모델 대비 약 2배까지 높아졌으며, 이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활용 시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이와 함께 도입의 용이성도 양사를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다. 구글은 워크스페이스, 빅쿼리 등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와의 깊은 연계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미 왠디스, 웨이페어, 웰스파고 등의 대기업들이 구글 AI 도입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배포망을 등에 업고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 애저 AI 등 다양한 업무 도구와 통합되어 광범위한 시장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다.

결국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은 비용 구조, 생태계 전략, 모델 신뢰도, 기술 호환성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자사에 적합한 AI 플랫폼을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구글이 구조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연산비용 차이는 AI 서비스의 확장성과 지속 가능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구글은 이를 무기로 AI 산업 내 경제적 패러다임을 재편하고 있으며, 오픈AI는 기술력과 사용자 접근성을 기반으로 이 점을 상쇄하려 하고 있다. 어느 쪽이 미래 기업용 AI 플랫폼을 장악할 지는 결국 기업 고객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