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의 새 심장 'AI 게이트웨이', 클라우드 전쟁의 핵으로 부상

| 김민준 기자

AI가 클라우드 인프라의 핵심 구성 요소로 부상함에 따라 ‘AI 게이트웨이’가 새로운 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모델을 학습하고 배포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실제 산업환경에서 AI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새로운 제어 지점이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에서 열린 KubeCon + CloudNativeCon Europe 2025에서는 더 이상 GPU의 수급만이 아니라 모델을 배포한 이후의 *사용*과 *관리*, 특히 추론 과정에서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접근 방식이 주목을 받았다. 그 중심에는 AI 게이트웨이라는 새로운 계층이 자리잡고 있다.

트래픽랩스(Traefik Labs)의 CEO 수딥 고스와미(Sudeep Goswami)는 실리콘앵글과의 팟캐스트 대담에서 AI 게이트웨이가 단순한 통신 경로 관리 장치를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AI는 복잡한 API 호출과 다양한 클라우드 환경, 엣지 단에서의 실행까지 요구하며, 이를 연결하고 제어하는 ‘보이지 않는 배관’ 역할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는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큐브리서치(theCUBE Research)의 자료에 따르면, AI 적용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실제 운영되는 애플리케이션 중 AI가 포함된 것은 18%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54%를 넘어서며 대세로 자리잡았다. 이와 함께 API의 확산도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인증, 관찰, 보안 통제가 복잡해지고 있다. AI 게이트웨이는 이러한 기술적 혼란을 정돈하는 수단으로 진화 중이다.

전통적으로 마이크로서비스 간 통신을 담당하던 게이트웨이는 이제 추론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한 의미적 캐싱, 입력·출력 데이터에 대한 프라이버시 규제, 그림자 AI 방지용 API 통제, 그리고 CPU·GPU·NPU·LPU 등 다양한 하드웨어에서의 추론 지원 등의 복합적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고스와미는 “AI가 많아질수록 API도 늘어나고, 결국 API 관리가 AI 도입의 병목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파트너십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트래픽랩스는 최근 뉴타닉스,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아카마이와 협력해 AI 파이프라인 전반에 대한 레퍼런스 아키텍처를 공개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연합을 넘어, 실제 개발에서 테스트를 거쳐 상용 단계까지 넘어가는 과정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모범 사례로 구성돼 있다.

아울러 AI가 개발 문화를 어떻게 바꾸는지도 주목할 만하다. 일부 기업은 이미 코드 생성에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고스와미는 이를 인간 개발자의 역할 축소로 해석하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AI가 내 10가지 일 중 3가지를 대신한다면, 나머지 7가지를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책임과 통제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향후 AI 모델은 중앙 데이터센터를 벗어나 수많은 엣지 환경에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성능, 규제, 비용 측면에서 더 효율적인 구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맥락에서 트래픽랩스는 경량화된 AI 추론과 오픈소스 기반의 엣지용 툴링을 중점 개발하고 있으며, 경량 런타임 환경을 제공하는 웹어셈블리(WebAssembly)에 대해서도 강한 확신을 보이고 있다. 고스와미는 “웹어셈블리와 AI는 현대 앱 배포의 ‘궁합 좋은 조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AI 시대의 성공은 모델 자체가 아닌 *인프라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 파이프라인 성숙도, 게이트웨이의 통제력, API의 투명성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AI는 기업 경쟁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 AI 게이트웨이는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그러한 전환의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