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GOOGL)이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통합을 전면에 내세우며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기존의 복잡한 데이터 처리 엔지니어링 없이도 기업이 손쉽게 멀티모달 AI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통합 플랫폼 전략이 구체적인 결실을 맺고 있는 가운데, 구글 클라우드는 ‘데이터 중심 시대’의 경쟁 구도를 다시 짜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2024년에 발표된 빅쿼리(BigQuery) 기반의 플랫폼 통합은 단순한 기능 추가에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 거버넌스, 스트리밍, AI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한 이 구조는 기존 ‘애드온 방식’의 인공지능 구현 모델에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던졌다. 구글 클라우드의 데이터 분석 및 AI 총괄 야스민 아흐마드(Yasmeen Ahmad)는 “기존 시스템에 AI를 얹는 구조는 작동하지 않는다”며 “AI를 데이터 가까이 가져와야 기업들이 진짜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엔 빅쿼리가 있다. 이제 빅쿼리는 구조화된 데이터는 물론 이미지, 영상, 오디오 등 다양한 형식의 멀티모달 데이터를 일관되게 처리할 수 있는 중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구글은 여기에 ‘에이전틱 AI(agentic AI)’라 불리는 개념을 진입시켜 새로운 차원의 자동화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했던 메타데이터 생성, 카탈로깅, 이상 탐지 등 반복적인 작업을 AI가 대체하도록 하는 것으로, 실제로 구글은 데이터 사이언스 에이전트, 데이터 엔지니어링 에이전트, 대화형 분석 에이전트 등을 공개하며 이를 실현하고 있다.
구글이 추진하는 이 ‘자율 데이터 플랫폼’은 기업 실무자들이 별도의 기술적인 지식 없이도 인공지능을 통해 핵심 통찰을 얻도록 해주는 데 목적이 있다. 아흐마드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고객들이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이 아니라, 에이전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통찰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더 빠르게 의사결정하는 데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구글 클라우드의 AI 전략은 단순히 기술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조직 내 ‘의사결정 파트너’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FT), 아마존(AMZN) 등 경쟁사들이 보여주는 접근 방식과 차별화된 지점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월가와 테크 산업에서는 구글 클라우드의 전략이 AI 시장의 ‘다음 페이즈’를 정의할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구글의 이번 혁신은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면서도 활용에 어려움을 겪던 기업들에게 ‘데이터의 잠재력을 깨우는 방식’ 그 자체를 제시하고 있다. 멀티모달 AI, 자율 에이전트, 통합 플랫폼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정렬된 이 전략은 인공지능 시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자산이 무엇인지 묻는 데서 시작됐다. 그리고 구글은 그 해답이 '데이터 바로 곁에 있는 AI'임을 선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