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이 고전 영화까지 손을 뻗치며 ‘예술과 기술의 경계’ 논란을 다시 일으키고 있다. 최근 구글(GOOGL)의 클라우드 부문과 자회사 딥마인드가 라스베이거스의 몰입형 공연장 ‘더 스피어(The Sphere)’와 협업해 1939년작 영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에 AI 기반 기술을 적용, 해상도를 개선하고 배경 장면을 확장하는 일명 ‘퍼포먼스 생성’과 ‘아웃페인팅’ 작업을 수행했다.
구글 클라우드의 생성형 AI 엔지니어링 총괄 라비 라자마니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에서 인공지능은 영화의 90% 이상에 손을 댔다. 구글 클라우드 CEO 토머스 쿠리안은 이를 전통적인 영화 관람이 아닌 ‘체험적 경험’이라고 표현했지만, 일각에서는 클래식 콘텐츠에 대한 과잉 개입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즈의 마법사는 단순한 영화 한 편이 아니다. 세대를 아우르는 정서적 유산이자, 수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자리해온 작품이다. 주디 갈랜드의 노래, 황벽돌길의 상징성, 생생한 감정 연기가 어우러진 이 고전은 그 자체로 완결된 예술이다. 여기에 AI가 배경을 임의로 확장하고, 없던 광경을 만들어낸다면 이는 예술의 본질을 흐리는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새로운 기술은 창의적 표현이나 복원이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원작의 의도와 감성을 무시한 채 재창조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기술의 오만*으로 보일 수 있다. 특히 AI가 이제 단순 복원 수준을 넘어 배우, 음악, 효과까지 제작하면서 기존 콘텐츠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즈의 마법사’가 영화사의 테스트 베드가 된 점도 아이러니하다. 이 영화는 하트, 용기, 자유 의지라는 인간적인 주제를 중심에 두고 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세트, 수작업으로 그려진 배경, 실감 나지 않기에 더욱 정감 있었던 특수효과들이 오히려 그 매력을 더했다. 기술이 그 한계를 뛰어넘었다 해서 반드시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가 앞으로의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표준처럼 번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오늘은 오즈의 마법사, 내일은 ‘카사블랑카’에 AI로 생성된 컬러와 대사를 입히고, 모레는 ‘대부’의 등장인물에 역노화 기술을 적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작은 점차 사라지고, AI가 창조한 이미지로 대체되는 미래가 펼쳐질 가능성도 상상해볼 수 있다.
구글은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기술적 성취가 예술의 본질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모든 콘텐츠가 업스케일링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어떤 작품은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일 때도 있다. 세대를 넘어 이어져온 이야기에는 그만의 숨결과 결이 있으며, AI는 이를 보존하는 도구로 쓰일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기술 기반의 뉴 미디어 시대를 맞이했지만, 우리가 걸어야 할 노란 벽돌길은 여전히 상상력과 인간의 창의성이 깔려 있는 길이어야 한다. AI는 마법의 도구일 수 있으나, 마법 그 자체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