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가 유럽연합(EU) 데이터 규제 당국으로부터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해 자사 플랫폼에서 공개된 콘텐츠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메신저 등에서 성인 이용자가 게시한 글과 댓글, AI 어시스턴트에게 보낸 질문 등이 AI 모델 개선을 위한 학습 데이터로 활용된다.
4월 14일 메타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유럽 커뮤니티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학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각국의 방언, 지역 문화, 유머 감각까지 반영된 AI 모델을 만들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만 미성년자 계정이나 사적인 메시지는 학습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이용자들은 간단한 양식을 통해 자신의 데이터가 AI 학습에 활용되지 않도록 선택할 수 있으며, 이 양식은 메타의 앱 내 알림과 이메일 등을 통해 손쉽게 접근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안내했다.
이번 결정은 메타가 지난해 개인정보 보호 단체 ‘None of Your Business’의 문제 제기로 11개국에서 신고를 당한 뒤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IDPC)의 요청에 따라 AI 학습 계획을 일시 중단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당시 논란은 이용자들의 과거 게시물, 이미지, 행동 데이터 등을 무단 활용할 가능성 때문이었다.
메타는 최근 유럽 데이터보호위원회(EDPC)로부터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는 확인을 받고 AI 학습을 재개했다. 메타는 "기존에도 미국과 다른 지역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AI 모델을 훈련시켜왔다"며 "구글, 오픈AI 등 선행 사례를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지난해 8월 'AI 법안'을 통과시키며 데이터 품질, 보안, 프라이버시 등을 포함한 새로운 기술 규제 체계를 마련한 바 있다. 이후 구글, X(구 트위터), 메타 등 주요 기술 기업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실제로 구글 아일랜드는 AI 개발 과정에서 EU 데이터법을 준수했는지를 두고 조사를 받고 있으며, X는 작년 9월부터 유럽 사용자 데이터로 AI 챗봇 '그록(Grok)'을 훈련하는 행위를 중단했다.
이번 조치는 유럽 내 기술 기업들의 AI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의 균형을 시험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메타의 사례처럼 각국 규제 당국과 협의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이 향후 AI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