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소프트웨어 개발 전 영역에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깃허브 코파일럿을 비롯해, 코드 생성 특화로 떠오르는 AI 도구들이 등장하면서 개발 현장에는 혁신과 효율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AI 중심의 생산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지금의 트렌드가 오히려 개발 조직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기술 컨설팅 기업 쏘트웍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레이철 레이콕은 최근 칼럼을 통해, AI 활용이 개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수단이자 동시에 효율성이라는 함정으로 작용할 위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은 단순히 코드를 쏟아내는 작업이 아니다”라며,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 과정”임을 분명히 했다.
산업시대식 효율 추구 접근은 개발에 맞지 않다. 코드 생산량이나 ‘비코딩 활동’을 잡아내는 식의 측정은 질 높은 소프트웨어 산출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발자는 제품을 조립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복잡한 문제를 다루며 장기적 관점을 유지해야 하는 지식 노동자다.
AI 도구가 도입될수록 기업들은 고품질 코드보다 빠른 납품을 우선시하는 유혹에 쉽게 빠진다. 이는 기술적 부채를 누적시키고, 오히려 조직 전체의 민첩성과 혁신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 레이콕은 “속도를 비효율로 다룰 게 아니라, AI가 실제로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 명확히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문제다. “6개월 안에 AI가 전체 코드의 90%를 작성할 것”이라는 주장마저 나오지만, 레이콕은 이러한 낙관론에 회의적이다. 그는 AI의 시대는 도래하고 있지만, 그것은 개발자 역할의 대체가 아닌 ‘사고 방식의 진화’에 가깝다고 본다. 1960년대 고급 언어로의 전환이 프로그래머의 소멸이 아닌 사고의 확장을 이끌었듯, AI도 결국 인간 중심의 소프트웨어 철학을 보완하는 수단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쏘트웍스 내부 팀들은 ‘프롬프트 투 코드(Prompt to Code)’ 기반의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AI는 반복적이거나 템플릿화된 작업에서 높은 효과를 보이며, 테스트 생성, 오류 탐지 등 다양한 개발 생애 주기 단계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다만 이 모든 기능은 사람의 주도적 조정 속에서 작동해야 하며, AI는 아이디어 보조자이지 해결사로 간주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레이콕은 효과적인 AI 활용을 위해 네 가지 조언을 덧붙였다. 첫째, 반복 작업은 자동화하되 문제 해결과 설계는 인간이 맡아야 하며, 둘째 시스템 복원력과 품질 지표(DORA 기준 등)를 통해 속도보다 엔지니어링 역량을 중시하는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AI는 자유로운 탐색 도구로 활용하고, 넷째 비판적 사고와 학습 문화에 기반한 개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성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의 핵심은 생산 속도가 아니라, 사람들의 역량과 사고 방식에 얼마나 투자하느냐다. 레이콕은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얼마나 빠르게 코드를 작성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다”라고 강조했다. AI는 그들을 돕는 기술일 뿐, 개발 문화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