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스토리지 전쟁…구글, 차세대 '하이퍼디스크 ML' 꺼냈다

| 김민준 기자

기업용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초고속 스토리지 기술이 새로운 변곡점에 진입하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와 낮은 지연시간을 요구하는 AI 모델이 일상화되면서 기존 스토리지 인프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처리 성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고성능 하드웨어와 지능형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차세대 AI 스토리지 솔루션이 기업 혁신의 핵심 기반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글(GOOGL)의 클라우드 컴퓨트 제품관리 책임자인 니라브 메타(Nirav Mehta)는 최근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5' 행사에서 이 같은 트렌드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이제 단순한 스토리지 시스템을 구상할 수 없는 시대”라며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인프라가 AI 가치 실현의 속도를 결정짓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맞춤형 하드웨어 설계와 소프트웨어 최적화 기술, 그리고 구글이 지난 20년 간 쌓아온 대규모 인프라 운영 경험이 통합된 'AI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글 클라우드의 최신 AI 스토리지 솔루션은 데이터 병목현상을 줄이고 인사이트 도출 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하이퍼디스크 ML(Hyperdisk ML)’은 최대 1,200개의 컴퓨팅 인스턴스가 동시에 단일 스토리지 블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돼, 기존 오브젝트 스토리지 대비 최대 12배 더 빠른 모델 로딩 속도를 제공한다. 이러한 고속 응답성은 대규모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병렬 처리에 있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

또한 구글은 AI 확장성을 고려한 ‘엑사풀(Exapool)’이라는 스토리지 아키텍처도 선보였다. 수 엑사바이트급 데이터를 하나의 작은 공간에 저장할 수 있어, 대규모 트레이닝을 필요로 하는 AI 기업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대안이 된다. 여기에 포함되는 옵티컬 서킷 스위치는 장애 발생 시 자동으로 전환되며, 비용과 전력 효율 모두를 고려한 지속 가능한 설계 전략이 핵심이다.

메타는 통합 소프트웨어도 빠질 수 없는 기술 요소라고 강조한다. 구글의 컴파일러는 네트워크 구조와 옵티컬 스위칭 구조까지 인식하며, 사용자가 리소스를 일일이 조정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최적화된다. 이를 통해 AI 개발 기업은 복잡한 인프라 운영 대신 모델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서드파티 하드웨어와의 하이브리드 환경에서도 유연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기업들이 AI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단순한 저장 공간 이상의 기술이 필요하다. 데이터 흐름 전반에 걸친 고성능 처리 역량, 실시간 확장성, 그리고 컴퓨팅 자원과 소프트웨어 간의 긴밀한 통합이 핵심이다. 메타는 "구글이 구축한 AI 최적화 시스템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시간-to-가치(time-to-value)를 단축시키는 완전체"라며, 향후 AI 인프라 경쟁 구도에서 구글 클라우드가 유력한 선두주자로 부상할 것이라 자신감을 보였다.